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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논쟁57

최근 페미니즘 논쟁들에 관한 짧은 글들 윤미래 ● 남성 동지들에게 드리는 고언: 어려운 길 가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 같은 다소 정체성 정치의 다소 과한 발언들에 큰 소리로 혀를 차며 너희들이야말로 가부장제와 한 패라는 폭언까지 서슴지 않으시는 분들이 남성 페미니스트로서(페미니즘이란 말이 싫다면 ‘여성 해방을 지지하는 남성으로서’라고 해도 좋다) 이러한 호명에는 빠르게 입 다물고 고개 돌리는 걸 보면 정말이지 환멸감이 들고 화가 난다. 전위나 지식인, 엘리트를 자임하며 운동에 일침을 날리고 싶다면 최소한 그 이름표에 대한 책임감이라도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피흘리고 상처받으며 싸우는 현장과는 멀찍이 떨어져 서서 남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주문은 잘 하면서 스스로 어려운 길 가기는 저어한다면 그건 무익한 논평을 넘어서.. 2018. 1. 5.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은림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 근처에는 이디야밖에 없었다. 학교 친구들은 석식을 먹고 나서 이디야에 갔다. 나는 카페모카에 세 번까지 샷을 추가해서 먹었다. 그러면 4000원정도 나왔던 것 같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과 비슷하지만 학교 근처에 스타벅스가 없었고, 어떤 커피가 맛이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냥 이디야에 갔다. 학부모들은 애들이 벌써 자기가 어른인 줄 알아서 밥 먹고 나면 커피도 한 잔씩 마신다, 고 했다. 아무도 우리 앞에서 김치녀 된장녀 운운하지 않았다. 아마 우리 학교가 여고였고, 자율고였고, 잘 사는 집 딸들이 많이 오는 학교여서 그랬을 것이다.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스타벅스 가면 된장녀라고 하는 얘기를 안 들은 것은 아닌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그런 프레임에 신경 쓰지 않을 .. 2017. 12. 4.
고민을 나누고 함께 행동하기 위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김영재 최근 정성진 교수의 발표에 대한 이정구 동지의 반박 기사를 읽고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제가 레닌과 러시아 혁명에 대한 고민과 공부가 부족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이번 논쟁에 대한 현재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이번 논쟁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레닌과 러시아 혁명이라는 굵직한 주제입니다. 저는 아직 레닌과 러시아 혁명에 대한 고민과 공부가 충분치 못하니 현재 참가하고 있는 관련 세미나 등을 통해 레닌과 러시아 혁명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고민하여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뒤에 소박한 글을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이번 논쟁에서 부차적인 부분인 이정구 동지의 서론과 결론에서 보이는 .. 2017. 5. 27.
길을 잃고 헤매던 레닌의 뒤를 그대로 쫓을 것인가 전지윤 정성진 교수에 대한 노동자연대 이정구 동지의 비판글(http://wspaper.org/article/18693)을 읽으면서 안타깝고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누군가의 의견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고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언제든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정구 동지의 글은 앞부분과 결론에서 단지 정치적 비판을 넘어선 날선 언어와 표현으로 정성진 교수를 비난하고 있다. 제목부터 “우경화”라며 매도하고 있고 “최종 전향”, “이론적 논의만 일삼은 한 책상물림”, “진정한 학술주의자”, “개혁주의자”같은 딱지를 붙여대고 있다. “혹시 자유주의자나 심지어 우익으로까지 변하랴”하는 비아냥까지 덧붙였다. 거의 인신공격으로 느껴질 정도다. 정성진 교수가 “계급투쟁과 거리를 둔 채 순전한 이론적 논의만 일삼은” .. 2017. 5. 27.
의미있는 레닌 비판을 위하여 의미있는 레닌 비판을 위하여: 이상이 아니라 현실과의 괴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윤미래 최근의 레닌주의 논쟁이 오래 붙들고 있던 화두와 맞닿아 있어, 차제에 내가 해온 고민들을 정리하고 질문을 나누어보고 싶어 짧게 글을 썼다. 누군가 이것을 읽고 내 모자란 지식을 보충해주고 진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이 고민을 이해하고 같이 해준다면 말할 수 없이 기쁠 것 같다. 우선 밝히고 싶은 것은 내가 레닌주의를 하나의 정답으로서 내세우고 싶은 생각이 없으며, ‘레닌주의는 신주단지가 아니다’는 말에 원론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이다. 인식은 역사를 따라잡지 못하며, 이론은 실천의 총화에 불과하다. 미래의 역사가 갈 방향에 대해 백 년 전의 이론과 실천이 최선의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그.. 2017. 5. 24.
‘레닌주의’는 신주단지인가?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이 글은 최근 레닌주의에 대한 재평가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에 관한 글이다. 박노자 교수는 이 글에서 레닌주의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에 경직된 태도를 보이면서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는 태도를 비판하며 이론적 혁신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92734)을 옮겨 싣도록 허락해준 박노자 교수께 감사드린다.] 이 포스트는 분들의 정성진 선생님 비판 (https://wspaper.org/article/18693 )에 대한 제 반박입니다. 저는 레닌주의를 진정으로 따르자면 기존 레닌주의의 미비점, 결점부터 보완하여, 레닌이 다 못한 이론적 작업들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2017. 5. 23.
대립과 분란을 넘어 소통과 이해로 대립과 분란을 넘어 소통과 이해로- DJ DOC 논란에 부쳐 허승영 DJ DOC의 노래 ‘수취인 분명’이라는 노래에 대한 여성 혐오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 논쟁이 단순히 논쟁이나 논란을 넘어 대립과 분란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 이런 분란이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을지 걱정이다. 우선 글쓴이는 DJ DOC를 집회에 세우지 않기로 한 결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언정 당장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결정에 대해서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다. 이후 결정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의사결정이 바뀌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소수인지도 따져봐야겠지만, .. 2016. 12. 2.
폭력/비폭력 논쟁 - 100만 촛불은 배우면서 진화한다 전지윤 박근혜 퇴진 투쟁이 발전해 나가면서 ‘폭력-비폭력’ 토론도 벌어져 왔다. 논쟁의 한편에는 저들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또 한편에는 혹시 불상사가 일어나 역풍이 불까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투쟁의 방향에 대한 이런 진지한 토론은 전적으로 환영할 만하다. 민주적이고 열린 토론을 통해서만 답이 찾아질테니 말이다. 나는 이 토론이 서로 상처주지 않는 방식으로, 우호적이고 생산적으로 진행되길 기대했다. 일부 사람들처럼 서로를 ‘애국가나 부르는 한심한 사람들’, ‘충돌을 유도하는 프락치’라는 식으로 모욕하기 시작하면 토론은 실종되고 감정적 대립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토론이 ‘폭력-비폭력’이라는 부적절한 이분 구도에 갇히기 보다는 ‘대중행동이냐 소수행동이냐’는 더.. 2016. 11. 25.
브렉시트 이후 - 현실을 직시하며 친이민·반우파 대중 속으로 전지윤 우리는 난민을 환영한다 영국에서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지했든, 잔류를 지지했든 지금은 인종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맞서 단결하고 투쟁할 때’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적으로 타당했다. 하지만 브렉시트와 좌파의 전술에 대한 평가와 토론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진지한 운동선수는 다음 경기를 위해 지난 경기를 평가하고 모니터한다. 내가 어떻게 해서 패배했거나 승리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다음 경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먼저 좌파의 일부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기성체제를 뒤흔든 타격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것이 누구에 의한 어느 쪽에서 타격인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기뻐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예컨대 20.. 2016. 7. 7.
브렉시트와 우익의 성장, 좌파의 위기 닐 포크너(Neil Faulkner)번역: 이상수 [영국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이 과정에서 좌파가 어떤 태도를 취했어야 했고, 이 결과가 무엇을 뜻하고 어떤 효과를 낳을 것인지 토론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내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들을 소개하고 참고하며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 글은 브렉시트를 반대한 입장에서 투표 결과를 평가하고 과제를 제시한 글이다. 이 글의 필자인 닐 포크너는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이다. 브렉시트를 찬성한 입장에서 투표 결과를 평가하고 과제를 제시한 글들은 이미 번역된 글들이 많아서 아래 링크해두었다. 두 입장을 비교하면서 계속 건강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출처: http://www.europe-solid.. 2016. 6. 30.
브렉시트 논쟁 - 영국이 우선? 이민자 환영과 연대가 우선이다! 전지윤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 영국 총리 캐머런은 처음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카드를 꺼내면서 몇 가지를 노렸을 것이다. 먼저 국내 정치·경제적 문제로 쌓인 불만을 유럽연합으로 돌려서 피해가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 보수당 안팎의 우익 반대파를 통제하며 주도권을 높이려는 구상도 엿보였다. 나아가 이것을 무기삼아 유럽연합으로부터 더 강한 이민 통제권 등을 받아내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 캐머런은 설마 브렉시트가 가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던 것 같다. 하지만, 며칠 전 노동당 조 콕스 의원 피살 사건은 상황이 매우 복잡하며 심각하게 발전중이란 것을 드러냈다. 이 충격적 사건은 갈피를 못 잡아 헷갈리던 나에게도 고민을 정리하게 해주었다. 시리아 난민과 연대해.. 2016. 6. 23.
브렉시트 –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허승영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큰 경제규모를 가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에 대한 국민 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우선 이것이 무엇에 대한 문제인지 정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단지 경제 성장률 몇 %가 변하는 문제가 아니다. 종합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것은 세월호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하는 난민들의 절박한 생사에 대한 문제다. 또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유럽에 온 이민자들의 삶에 대한 문제이며, 신자유주의 세계를 살아가는 유럽 나아가서는 전 세계 노동자 · 민중의 내일에 대한 문제다. 곤혹스런 선택 그런데 그 중요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매우 곤혹스럽다.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아니면 .. 2016.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