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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38

윤희에게 - 억압된 감정의 겨울이 지나 새 봄이 끝내 찾아온다 박철균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예전에 나왔던 러브레터랑 공통적인 면이 있다. 편지라는 매개체가 있고, 주요 공간적 배경이 오타루인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러브레터를 표절했냐면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재적인 면에선 유사점이 있을지언정 러브레터랑 윤희에게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러브레터는 첫사랑과 동명이인인 여성에게 편지를 우연찮게 주고 받으며 감정이 폭발할 대로 폭발해 버리는(특히, 오겡키데스카에서) 영화였다면 윤희에게는 몇 번을 써도 보내지 않았던 편지가 타의에 의해 전달이 되고 그로 인해 윤희를 비롯한 등장인물이 변화하는 와중에도 감정이 절제되고 또 절제되기 때문이다. 2.이 감정의 절제는 결국 "다른 성"이 아닌 "같은 성"을 사랑했던 두 사람이 .. 2020. 1. 11.
언제가 될까. 해방이 일상인 것처럼 되는 세상이 박철균 이희호. 항년 96세. 가히 1세기 가까운 세월동안 온갖 한국사의 질곡을 경험했었으리라.그리고 옆지기가 죽고 난 후 10년의 세월을 더 살면서 이 사회의 변화, 움직임, 운동을 또 경험했으리라. 그럼에도 그 편치 않았고 자갈밭 같으셨을 인생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히 쉬시길. 지금은 명복을 빌겠습니다. 고인이 활동하던 1950년대 여성 운동의 주요 모토가 "혼인신고를 합시다"였다는 것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상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제도가 60년 전에는 그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활동과 목소리가 있었을까. 그리고 그 하나를 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차별적 언어를 들어야 했을까. 그 당시에도 누군가는 "남성이 두 여자를 거느릴 수 있지." "첩이 잘하면 본부인 되는 거고, 본.. 2019. 6. 17.
세상읽기 - 차별과 상처/ 김정은 답방/ 이수역/ 삼성 해고자 전지윤 ● ‘다문화’ 한부모 가정 청소년의 비극이 보여준 것 얼마 전 옥상에서 추락 사망한 중학생이 다문화 한부모 가정 자녀로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게 밝혀졌다. 이것이 더 커다란 빙산의 일각이거나, 이어질 비극의 시작일지 모른다는 불길함을 지울 수 없다. 돌이켜보면 저출산, 농촌 비혼남성 등의 해결책으로 국제결혼이 한참 붐이던 시기가 바로 2000년대 중후반이었다. 당시 결혼 10쌍중 한쌍이 국제결혼이라고 했다. 꼽아보면 그렇게 맺어진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한참 청소년으로 자랐을 나이다. 그때 국제결혼의 일부 양태는 참담할 정도였다. ‘절대 도망 안감, 후불제, 자녀딸린 재혼 환영, 60세 이상도 가능, 베트남 처녀, 싸다...’ 이런 현수막들이 붙었고, 남성들이 동남아로 단체로 가 며칠만.. 2018. 12. 1.
“혐오와 차별을 고발하고 멈추게 합시다” 박철균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멋대로 내뱉는 후보들이 곳곳에서 입을 열고 있다. 이에 맞서서 5월 29일 서울에서는 ‘지방선거혐오대응전국네트워크’에서 ‘혐오감시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래는 이 기자회견에서 박철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발언한 내용과 다같이 낭독한 ‘ 혐오없는 선거 만들기 시민선언’의 전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에서 활동하는 철균입니다. 사실 여기 기자회견에 참여한 장애인 운동 활동가들 상당수가 아침 8시에 충무로역에서 리프트를 없애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는 선전전을 하고 왔습니다. 십여년이 지나도록 장애인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처럼 항상 2년 간격으로 돌아오는 선거에서도 장애인은 차별받고 배제되어 있습니다. 장애인의 참정권.. 2018. 5. 30.
#미투(MeToo)에 대한 약간의 돌아보기 이다 피카드(Ida Picard)번역: 두견 출처: https://www.rs21.org.uk/2018/04/23/some-reflections-on-metoo/ #미투(MeToo)는 수많은 사람들이 성적 폭력 및 괴롭힘을 겪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젠더적 폭력에 관한 토론의 중추가 되었다. 젠더적 폭력을 이해하는 것은 여성 억압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다. 그리고 #미투는 주로 권력의 위치에 있는 남성들의 폭력을 고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물론 이것은 성폭력이 오로지 남성에 의해 여성을 향해서만 행해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젠더 폭력에 취약하게 되는 방식은 단선적이지 않다. 나는 이 짧은 글에서 이러한 모든 미묘함들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척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여성해방을.. 2018. 5. 10.
차별과 착취의 사회적 기반과 원천 억압과 차별, 착취가 어디서 비롯됐고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오늘날 상호교차성 이론이 부각되고 있지만, 사회재생산 이론이 좀 더 나은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이 글은 사회재생산 이론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상호교차성 이론과는 어떤 관계이며 왜 더 나아간 분석과 투쟁을 가능하게 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인 티티 바타차리아(Tithi Bhattacharya)가 사회재생산 이론에 관한 그녀의 신간 서적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번역: 전지윤) 출처: https://rs21.org.uk/2017/12/21/capitalisms-life-source-the-domestic-and-social-basis-fo.. 2018. 2. 23.
“보편적” 접근법이 오히려 투쟁을 좁힐 때 데이비드 캠필드(DAVID CAMFIELD) 번역: 전진한 ‘정체성 정치’를 비판하면서 보편적인 계급정치와 단결을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연대를 어렵게 하는 측면에 대해 비판하며 차별과 억압에 맞선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이다. 이 글의 필자인 데이비드 캠필드는 캐나다의 사회주의 운동가이자 ‘우리는 더 잘 해낼 수 있다: 사회변혁을 위한 사상’(We Can Do Better: Ideas for Changing Society)의 저자다. 출처: http://newsocialist.org/when-a-universal-approach-narrows-the-fight/ 미국의 많은 좌파들이 사회 계급의 정치를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계급 정치 지지자들이 마치 성차별주의, .. 2017. 12. 11.
열린 토론) 일상 속 차별에 저항하라 일상 속 차별에 저항하라 - 일상 속 인권감수성 함께 만들기 발제: 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전국장) 일시: 11월 25일(토) 저녁 7시 장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대교육장(충무로역 5번 출구, 남산스퀘어빌딩 11층) https://www.kead.or.kr/location/info_1.jsp-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해 11월 21일부터 장애인 운동 활동가와 부모님들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농성을 시작한 상황에서 긴급히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차별과 편견, 혐오가 공기처럼 퍼져있고 그것은 수많은 상처와 고통을 낳고 있습니다. 차별없는 평등 세상을 만들어 나가려면 그런 사회구조와 맞서 싸울 뿐 아니라, 우리 안에서부터 일상 속에서 인권과 평등의 관점을 .. 2017. 11. 15.
강자의 차별과 혐오에 맞설 자유가 핵심이다 남수경 [이 글의 필자인 남수경은 미국 뉴욕에서 도시빈민,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공익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법률서비스노동조합(Legal Services Staff Association UAW/NOLSW)의 조합원이다. 대구경북지역 독립 대안 언론인 에 실렸던 글(http://www.newsmin.co.kr/news/21174/)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에 감사드린다.] "여기서 내려! 이 나라에서 나가! 세금도 안 내는 것들이!” 지난 5월 26일 오후, 오리건 주 최대 도시인 포틀랜드의 한 통근열차 안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고함을 질렀다. 메모리얼 데이(미국의 현충일, 군사작전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는 날로 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연휴를 맞아 .. 2017. 6. 6.
토론 광고) 장애인 차별과 억압, 해방을 위한 투쟁 장애인 차별과 억압, 해방을 위한 투쟁 발제: 조 현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일시: 4월 8일(토) 저녁 6시 장소: 시간공방 종로점(구 윙스터디, 종각역 4번 출구, 대왕빌딩 7층) D방https://timespace9333.modoo.at/?link=4mvt34a5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삶은 철저한 억압과 차별의 역사였고, 시혜와 동정의 이데올로기만 만연돼 왔습니다. 그러나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등 차별을 철폐하고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도 끊이지 않았고, 의미있는 성과도 이루어져 왔습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이 다가오는 시점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함께 토론하고 열린 자세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며 답을 찾아가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문의: 0.. 2017. 4. 4.
소수자 해방에 대한 네 가지 명제들 윤미래 모든 억압은 연결돼 있다(출처: http://rebloggy.com/post/class-racism-sexism-feminism-capitalism-oppression-privilege-misogyny-socialism/63021736591) ‘소수자’라는 개념이 과연 적절한가부터 시작해서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소수자의 해방이 체제 혹은 사회총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소수자 해방 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쟁들이 진행 중이다.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뚜렷하게 가시화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은 좌파 활동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 글은, 첫째로 이 개념이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공통분모를 적절하게 포착할 수 있으며 둘째로 그것이.. 2016. 12. 2.
차별과 혐오의 언어를 쓰지 말자 최태규 요 며칠은 반가운 소식이 많다. 이 사회를 마음대로 주무르던 자들의 본 모습이 속속 드러나고 그에 분노한 시민들이 전국에서 들고 일어나 수십만 씩 거리로 나왔다는 뉴스가 매일 나온다. 수구일간지도 시류에 올라타 대통령에게 사퇴하라고 종용하는 일은 욕지기나지만 참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부패한 대통령을 민중의 힘으로 끌어내리는 일이 이제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축복받은 세대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틀 전 20만이 모인 거대한 집회에서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되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더 친근하고 속 시원한 비판을 하기 위해 차용한 말이었지만, 나처럼 속이 더 답답해진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것 같다. 박근혜도 최순실도 권력의 최정점에서 지배자로.. 2016.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