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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260

갑질과 사회의 해체에 저항하기 한상원(충북대학교 철학과 조교수) [이 글은 6월 4일자에 204호에 먼저 실렸던 것이다.( http://www.dgugs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89) 좋은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 에 감사드린다.]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논란이 연일 화제였다. ‘물벼락’ 조현민뿐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 역시 숱한 갑질을 행사했다는 보도들이 등장했다. 필리핀 출신의 가정부에게 하루 16시간 일을 시키고 45만 원을 월급으로 주었으며, 여권을 빼앗는 등 온갖 불법적인 방식으로 노동력과 인격을 모두 착취했다는 사실도 충격이다. 제3세계 저임금 노동자에게 행사된 인종주의적 착취는 진정 우리를 분노케 한다. 몇 년 전 조현아 씨가 저지른 ‘땅콩회항’과는 .. 2018. 6. 26.
배제와 차별, 욕설의 무덤 위에 권리가 부활할 것이다 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지난 6월 15일, 장애인들이 신길역부터 시청역까지 '지하철 연착 투쟁'에 참여하며 신길역 리프트 추락사망에 대한 서울시의 사과와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심한 욕설과 증오에 시달려야 했다. 이 투쟁에 함께하면서 쓴 글이다.] 1.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생기기 시작하고, 저상버스가 점점 생기기 시작한 것은 높으신 분들이 마치 산타 선물 주듯이 저절로 준 선물이 아니다. 사실, 지하철 리프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추락해서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사고가 번번했음에도 높으신 분들은 그냥저냥 넘어갔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은 언제나 이동권의 불편을 참아야 하는 것,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보여 줬다. 그런 사회를 뒤흔들기 시작한 것이 200.. 2018. 6. 19.
예멘 난민이 아니라 약자 혐오가 거부돼야 한다! 윤미래 [최근 제주도에서 예멘난민 500여명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여성차별에 반대한다는 사람들이 예멘 난민 수용 거부 청원에 동조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서 논평한 글을 소개한다.] 급진페미니스트를 자임하시는 분들이 예멘 난민 받아주면 한국 여자들 강간한다, 벌써 영주권 얻으려고 한국 여자들 강간하자는 모의가 나오고 있다는 별의별 괴상한 소리들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어떻게 사회주의 운동에서 파시즘이 갈라져 나왔는지 완전히 이해할 것 같다. 나는 페미니즘을 향한 일부 노동자계급 남성들의 증오에는 분명히 자신의 기득권을 시인할 줄 모르는 지식인 계급 여성들에 대한 반감이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파시즘이 싹트기에 가장 좋은 토양이.. 2018. 6. 16.
돌아가야 할 ‘정상적인 일상’은 없다 돌아가야 할 ‘정상적인 일상’은 없다: 트라우마에 연대하는 우리의 자세 윤미래 사람들은 대체로 선량해서 마음이 파손되고 망가진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고쳐주고 싶어한다. 잠시 정도는 제 일상의 한 자리를 떼어 감정적, 관계적 봉사에 할애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가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나를 가치로운 존재로 대우한다는 믿음은 안타깝게도 그런 정도의 선의로 수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런 시도는 열 중 아홉여덟 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느낀 케어자들이 질려서 떨어져나가는 결과로 귀결된다. 이 선량한 마음이 항상 배신당하고 실패하여 돌아설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것이 근본적으로 트라우마를 ‘훼손’으로만 규정짓고 상대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의지,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시혜적인 동정이라는 .. 2018. 5. 15.
이재용의 진짜 죄 값은 아직 물어지지도 않았다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황유미 추모식에서 눈물 흘리던 황상기 아버님 기어이 이재용이 풀려났다. 재판이 끝나고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 말이 없어진다. 김시녀 어머님이 저쪽에서 우신다. 아무래도 혜경씨와 통화를 하는 듯하다. 이재용이 풀려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혜경씨가 요 며칠 잠을 잘 못 이룬다고 어머님이 걱정을 했었다. 한혜경님은 삼성에서 LCD를 만들다 뇌종양에 걸려 수술을 받고 시력·보행·언어 1급 장애를 얻은 피해자다. 혜경씨는 삼성에서 안전교육 대신 ‘극기 훈련’을 받았던 일을 두고두고 기억한다. 나무에 매달려 매미소리를 내고, 물속에 들어가 숨을 참던 시간들. 납과 화학약품의 유해성을 알려주는 대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어떤 일이라도 참고 복종하는 습성을 기르던 시간들. 그걸.. 2018. 2. 8.
이재용을 봐준다면, 사법부는 또 공동정범이 될 것이다 2월 5일 항소심 선고, 삼성의 범죄는 심판받아야 한다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재용 엄벌촉구 이어말하기'에서 발언중인 황상기 님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뜨겁다. 박근혜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 개개인들의 성향과 활동을 사찰하여 인사에까지 반영했다는 것이다. 특히 고약한 건 이 명단에 오른 판사들을 형사부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블랙리스트가 활용되었다는 소식이다.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담당하는 형사 재판부들이 바로 이런 상황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해할 수 없던 재판결과가 이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책임자들은 이 때문에 고발을 당했다.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기를 마치기 직전 신설한 재판부가 있다. 이재용.. 2018. 2. 3.
악마에게 영혼을 팔면 안 되는 까닭/ ‘악의 평범성’에 대해 윤미래 ● 악마에게 영혼을 팔면 안 되는 까닭 C.S. 루이스는 영혼이 우리가 가진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는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미덕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사방에 위험과 공포로 에워싸여 살아온 약자가 사방에 자신을 관철하는 것이 익숙했던 사람만큼 용기있을 수 없고, 폭력이 유일한 자기보호의 방법인 상황에서 자라난 사람이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호의적이리라고 당연하게 기대할 수 있는 사람만큼 온유할 수 없는 것이다. “고양이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물에 빠진 고양이를 구하는 것이 제가 빅토리아 무공훈장을 받을 만한 전공을 세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성실함도 다정함도 겸손함도 개방성도 우리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 주체가 아니라 주체가 처한 내적인 조건과 상황에 불과하다. 루이스에.. 2018. 1. 24.
강탈적 축적의 시대와 암호화폐의 광풍 전지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자본주의에서 일반적 화폐의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은 거의 분명한 것 같다. 지불수단도, 교환 수단도, 가치 척도도, 가치 저장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화폐’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사실상 실질적 가치와 연결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투기적 성격이 많은 주식, 채권, 외환과는 또 달라 보인다. 현재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2100만개 한정된 수량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수요-공급에 따라서 가격이 출렁거리면서 사람들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만들고 있다. 이런 비트코인이 가치를 만든다는 주장은 ‘상품의 가격은 유통수단의 양에 의해 결정되고, 유통수단의 양은 화폐 재료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화폐수량설’의 최신버전이라고 비판받을 만 하다. 좌파적 정치경제학.. 2018. 1. 23.
한 사람을 생각한다 윤미래 이천 년 전쯤에... 어쩌면 그보다 오래 전에, 어쩌면 그보다는 좀 나중에 살다 갔던 ㅡ 아무튼 지금은 2000년 전에 살다 갔다고 전해지는 어떤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는 아마도 사생아였을 것이다. 로마 군인과 유대 여자 사이의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어머니는 겁탈을 당했을 수도 있다. 율법보다 인간을 아낄 줄 알았던 그의 아버지가 그것을 알고도 그의 어머니를 기꺼이, 사랑과 존중으로 아내로 맞았을 수도 있다. 그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인간 위에 군림하는 법과 권력이 그 스스로를 부정할 아이를 단죄하고 배제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더럽고 역겨운 진창에서, 가축들이 어슬렁대는 가운데 태어나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몇 사람의 축복을 받았을 것.. 2017. 12. 27.
단결에 관한 짧은 고민들/ 도덕과 헤게모니 단결에 관한 짧은 고민들 윤미래 1. ‘본질적으로 같으니까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도, ‘다르기 때문에 본질적 이해일치는 없다’는 입장도 동일성을 연대의 조건으로 전제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는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도 지금의 상황에서 아주 중핵적이고 구조적인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연대하는 것이다. 차이는 잘 다루었을 때는 오히려 연대의 힘이 될 수 있으며, 차이가 분열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운동이 그러한 차이를 다루는 데에 실패했을 때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연대와 단결이 반드시 동일성을 필요로 한다는 관념이야말로 이런 실패를 낳는 가장 큰 요인들 중 하나다. 정치는 모순도 갈등도 없는 목가적 공동체를 만든 후 그것을 무한 확장해서 세계를 정복하는 기획이 아.. 2017. 12. 21.
비정규직 공무원에게 전국공무원노조가 손을 내밀자 성지훈(공무원노조 조합원) 비정규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공무원 사이에서도 비정규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용을 늘리기 위해 한 사람 분의 인건비로 두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는 지난 박근혜 정부가 낳은 대표적인 적폐 중의 하나이다.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은 정부 지침상 차별을 금지하였으나, 근무시간대 선택 등 전일제 공무원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 공무원이지만 공무원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하루에 절반밖에 일하지 못해 기본급 및 각종 수당을 전일제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며, 한명의 공무원으로도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공무원인 임기제 공무원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기간 5년을 넘길 때.. 2017. 12. 20.
장애인도 인간답게 노동하고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이 나라에서 장애인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빼앗겨 왔다.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서 특히 명백하다. 장애인 중에 무려 61.5%가 ‘비경제활동인구’이며, 고용률도 전체 인구 고용률의 절반에 불과하다. 월 100만원 미만 근로자 비율도 29.1%나 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2016년 장애인 취업자 88만 명중에서 중증장애인은 17.3%에 불과했다. 여성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제활동참가율은 22.4%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이 ‘월 100만원 미만’이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파괴해 온 장본인은 바로 이윤만 우선하는 자본이다. 2015년에 장애인 의무고용율 2.7%조차 지키지 않은 사업장이 78.3%나 달했고,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도 저임금으로 착취하기 일쑤다. 문제는 정.. 2017.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