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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268

나쁜 동물원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최태규(수의사) 2010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퓨마 뽀롱이가 열린 철문으로 걸어 나왔다가 사살당했다. 대형 육식동물이라 사살 결정도 빨랐고 언론의 관심도 많이 받았다. 동물원에서 동물이 우리를 탈출하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잦은 일이다. 두 달 전 미국 뉴올리언스 동물원에서도 재규어가 탈출해 알파카와 여우를 물어 죽이고 다시 우리로 잡혀 들어갔다. 가축을 기르는 농장에서도 닭이나 돼지는 늘 탈출하고, 동물병원을 할 때 진료하러 갔던 소가 탈출해서 야산으로 소를 잡으러 다닌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물며 날래기로 유명해서 운동복 상표로 쓰이는 퓨마다. 쉽게 흥분하는 이 대형 고양이가 통제를 벗어나고 당황하면 사람을 공격해서 죽일 수 있다. 난생 처음 창살 밖으로 나왔다. 거창하게 자유.. 2018. 9. 20.
죽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하는 세상을 위해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에 실렸던 글(http://safedu.org/column/117999)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태풍 ‘솔릭’이 다가오면서 실감했다. 농성이 끝났다는 것을. 농성 기간 내내 온전히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농성 당번을 채우는 건 늘 버거운 일이었다. 농성을 해보면 계절과 날씨 변화를 온 몸으로 겪게 된다. 페트병 속 물이 꽝꽝 어는 겨울밤 농성장 추위를 핫팩과 침낭만으로 버티는 일도 녹록치 않았지만, 잠깐 잠들기도 어려운 습하고 더운 한여름밤은 견디는 게 고역이였다. 비라도 와서 비닐을 쳐야하는 날은 덥고 습한 기운에 몇 시간만에 녹초가 되곤 했다. 최악은 역시 비바람이다. 말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두두둑 빗소리.. 2018. 9. 6.
[박노자] 성추행을 방지하는 방법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말이 안되는 안희정 무죄 판결을 보고 제 머리에 든 생각을 일단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성추행'이라는, 이 사회의 "비정상적 일상"의 일부분은 오랫동안 사회적 토론의 중심에 위치해 있을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한 번 총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1. "자유 의사"라는 것은 하나의 이상 내지 이상적 모델이지 현실은 아닙니다. 우리가 식욕, 성욕, 수욕으로.. 2018. 8. 26.
[박노자] 북조선은 정말 그렇게 이질적인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수많은 책을 썼다. 본인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 )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저는 요즘 여유 날 때마다 서울에서 이번에 구입해놓은 탈북 외교관 태영호의 를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북조선을 잘 모르면서 그 관련 수업을 해야 하니까 공부할 겸 재미를 볼 겸 이렇게 독서를 하지요. 물론 그가 쓴 걸 그대로 취신하려 하지 않습니다. 일단 그 누구의 회고록이든 저자의 (숨겨진) 의제 등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건 사학의 기초니까요. 더군다나 태영호의 경.. 2018. 8. 9.
정신건강의 정치 - 자본주의와 정신의학 헤이즐 크로프트(Hazel Croft) 번역: 두견 낙인을 줄이는 것은 좋은 시작이지만 정신건강에 대한 보다 급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영국의 사회주의자 헤이즐 크로프트(Hazel Croft)가 주장한다. 출처: https://www.rs21.org.uk/2017/07/29/the-politics-of-mental-health/ 테레사 메이[영국 총리]가 선거 기간 동안에 정신건강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었고, 해리 왕자와 일단의 유명인사들이 정신건강의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따라붙는 낙인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정신건강의 문제는 최근 몇 달간 미디어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는 긍정적인 한걸음이지만 낙인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 2018. 7. 31.
[박노자] 독립이 아닌 독립: 리가(Riga) 시찰기(視察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수많은 책을 썼다. 본인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 )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저는 지금 발트해 해안에 있는 라트비아 공화국의 수도 리가 (Riga)에서 가족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이 도시를, 제가 딱 30년만에 찾아왔습니다. 30년 전, 그 당시에 고교생인 저는 제 학교와 리가의 한 고교가 '교환 견학'을 협정함에 따라 리가를 며칠간 견학한 일은 있었습니다. 30년만에 바로 눈에 띄는 차이는?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어릴때부터 어학을 집중적으로 공.. 2018. 7. 23.
최악의 독약, 권력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수많은 책을 썼다. 본인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현재 한국 불교계의 전반적인 탁류 (濁流) 속에서 제가 애당초에 아주 존경했던 스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한국 전쟁 때 인간 살육의 잔인함을 보고 출가의 뜻을 굳힌 분이셨는데, 일제때부터 정진해온, 사회의식도 매우 강력했던 효봉스님의 고제 (高弟)이었습니다. 암울했던 독재 시절에 성철 선사와 같은 귀족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지니지 않고 반대로 불교 명서의 국역과 각종의 수필로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2018. 7. 11.
파시즘에 관한 소고 윤미래 유럽에서 파시즘의 위험을 보여주는 르펜과 국민전선 1. 혐오는 ‘원래’ 공포에서 나온다. 실제로는 약자인 사람들에게 온갖 공포를 투사해서 그들을 ‘강자’ ‘가해자’라고 상상하고 자신의 약함, 피해자성을 호소하는 게 모든 혐오의 공통 문법이다. ‘김치녀’ 담론도 남성보다 돈이 많고 모종의 권력(?)으로 남성을 착취하는 상상 속의 잘 나가는 여자를 겨냥하지 가난하고 못생긴 비정규직 여성을 대놓고 겨누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공포에 실체가 있는지, 누구의 경험에 기반해서 그런 담론이 나올 수 있으며 여기서 주변화되거나 지워지는 사람은 누구인지이고, 난민들에 대한 이른바 ‘여성들의 공포’가 이 면에서 어떤지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2. 파시즘이 무서운 것은 인륜을 무시하기 때문이거나 (이.. 2018. 6. 28.
갑질과 사회의 해체에 저항하기 한상원(충북대학교 철학과 조교수) [이 글은 6월 4일자에 204호에 먼저 실렸던 것이다.( http://www.dgugs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89) 좋은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 에 감사드린다.]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논란이 연일 화제였다. ‘물벼락’ 조현민뿐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 역시 숱한 갑질을 행사했다는 보도들이 등장했다. 필리핀 출신의 가정부에게 하루 16시간 일을 시키고 45만 원을 월급으로 주었으며, 여권을 빼앗는 등 온갖 불법적인 방식으로 노동력과 인격을 모두 착취했다는 사실도 충격이다. 제3세계 저임금 노동자에게 행사된 인종주의적 착취는 진정 우리를 분노케 한다. 몇 년 전 조현아 씨가 저지른 ‘땅콩회항’과는 .. 2018. 6. 26.
배제와 차별, 욕설의 무덤 위에 권리가 부활할 것이다 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지난 6월 15일, 장애인들이 신길역부터 시청역까지 '지하철 연착 투쟁'에 참여하며 신길역 리프트 추락사망에 대한 서울시의 사과와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심한 욕설과 증오에 시달려야 했다. 이 투쟁에 함께하면서 쓴 글이다.] 1.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생기기 시작하고, 저상버스가 점점 생기기 시작한 것은 높으신 분들이 마치 산타 선물 주듯이 저절로 준 선물이 아니다. 사실, 지하철 리프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추락해서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사고가 번번했음에도 높으신 분들은 그냥저냥 넘어갔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은 언제나 이동권의 불편을 참아야 하는 것,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보여 줬다. 그런 사회를 뒤흔들기 시작한 것이 200.. 2018. 6. 19.
예멘 난민이 아니라 약자 혐오가 거부돼야 한다! 윤미래 [최근 제주도에서 예멘난민 500여명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여성차별에 반대한다는 사람들이 예멘 난민 수용 거부 청원에 동조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서 논평한 글을 소개한다.] 급진페미니스트를 자임하시는 분들이 예멘 난민 받아주면 한국 여자들 강간한다, 벌써 영주권 얻으려고 한국 여자들 강간하자는 모의가 나오고 있다는 별의별 괴상한 소리들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어떻게 사회주의 운동에서 파시즘이 갈라져 나왔는지 완전히 이해할 것 같다. 나는 페미니즘을 향한 일부 노동자계급 남성들의 증오에는 분명히 자신의 기득권을 시인할 줄 모르는 지식인 계급 여성들에 대한 반감이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파시즘이 싹트기에 가장 좋은 토양이.. 2018. 6. 16.
돌아가야 할 ‘정상적인 일상’은 없다 돌아가야 할 ‘정상적인 일상’은 없다: 트라우마에 연대하는 우리의 자세 윤미래 사람들은 대체로 선량해서 마음이 파손되고 망가진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고쳐주고 싶어한다. 잠시 정도는 제 일상의 한 자리를 떼어 감정적, 관계적 봉사에 할애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가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나를 가치로운 존재로 대우한다는 믿음은 안타깝게도 그런 정도의 선의로 수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런 시도는 열 중 아홉여덟 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느낀 케어자들이 질려서 떨어져나가는 결과로 귀결된다. 이 선량한 마음이 항상 배신당하고 실패하여 돌아설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것이 근본적으로 트라우마를 ‘훼손’으로만 규정짓고 상대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의지,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시혜적인 동정이라는 .. 2018.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