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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264

'규제프리존법' 통과 위기 - 우리가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전진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칠게 요약하면 ‘재벌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최순실에게 뇌물을 주고, 최순실과 그의 아바타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준 사건’이다. 정부가 이재용 경영승계를 위해 국민연금 수천억원을 내버린 일이 대표적이다. 재벌들은 돈 뜯긴 피해자인척 했지만 이제 뇌물을 주고받은 공범이라는 것이 상식이 됐다. 그런데 심각한 부패권력-재벌기업 커넥션이 또 있다. 바로 ‘규제프리존법’ 거래다. 재벌들이 이 법을 위해 박근혜-최순실에 수천억을 쏟아 부었고, 이제 그 대가를 받아내려는 참인데 크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내용으로 봐도 ‘규제완화’ 정책이 그렇듯 국민들 대다수의 삶을 망가뜨릴 법이다. 그런데 야당이 협조해 곧 이 법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다.. 2017. 2. 20.
해고가 아니라 위로를, 고소가 아니라 사과를 했어야 전지윤 지난 2월 7일 언론노조에서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해고하고 고소한 디자인소호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나는 그 기자회견에 참가했다가, 피해자가 직접 나와서 그동안 겪은 끔찍한 고통들을 토로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우울증, 불면증, 폭식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자살충동... 이 사건에서 사측이 보인 태도는 그동안 내가 목격한 여러 사건들에서 본 잘못들의 종합이자 반복이었다. ‘혹시 여러 사건의 가해자들이 모여서 토론하면서 서로 배우고 있는 거 아냐’라는 누군가의 우울한 농담처럼 패턴은 비슷했다. 핵심은 고통에 대한 공감의 실종이었다. 디자인소호는 뛰어난 실력으로 업계에서 인정받고 명성을 날리던 자신들의 명예가 이 사건으로 훼손될 것이라는 점만 앞세웠다. 그래서 회사 내의 어떤 문화와 분위.. 2017. 2. 10.
촛불혁명은 어디로: 중간 평가와 전망 전지윤 ‘촛불혁명’이 불 붙은지 이제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 3개월 동안, 평상시의 3년보다 더 의미있고 중대한 일들이 벌어져 왔다. 그토록 단단하게 뭉쳐있던 보수우파가 이처럼 심각하게 분열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됐고, 쪼개진 새누리 안에서도 다툼이 계속됐다. 그 틈을 비집고 수많은 내부고발들이 터져 나왔다. 보복이 겁나고 눈치가 보여서 입을 닫고 있었던 사람들이 고발과 폭로에 나섰다. 권력의 상층부에서 벌어진 추악한 행태들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났다. 사람들은 오늘은 또 누가 어떤 폭로를 했을지 기대하며 저녁 뉴스를 틀었고, 지배자들은 이것을 ‘국정혼란과 마비’라 불렀다. 촛불이 3개월 동안 이룬 성과는 놀라운 것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두려울 게 없었던 .. 2017. 2. 1.
국가보안법 - 촛불을 끄려는 자들의 독성 병기 전지윤 최근 이진영 대표에 대한 구속은 촛불에 대한 공격이면서, 동시에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황당무계하고 시대착오적인 악법인지를 다시 보여 줬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온라인에 올리고 판매했다고 구속되는 일이 언제든 가능한 것이다. 나도 10여년 전에 국가보안법으로 두 번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나에게 적용된 것은 국가보안법 7조였다. 내가 반국가단체, 즉 북한을 ‘찬양·고무’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북한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 관료들이 노동자를 억압하는 체제이며, 북한 노동자들은 관료집단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도 말이다. 두 번째 구속됐을 때 검찰이 나를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한 증거물은 이런 것들이었다. 대학 수업 때 제출한 ‘국가보안법 왜 문제인가’ 리포트, 한 잡지에 기.. 2017. 1. 16.
닭의 해를 맞아 – 조류독감 최태규(수의사) 2016년의 말미에는 유난히 닭에 대해 이야기 할 일이 많았다.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닭에 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는 ‘AI’(에이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AI는 조류를 뜻하는 Avian과 독감을 뜻하는 Influenza의 머리글자만 딴 말이다. 인공지능을 가리키는 AI와 헷갈린다는 이유로 영미권에서도 쓰지 않는 줄임말을 우리는 왜 쓰게 됐을까? 조류독감이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조류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독감’이라는 뜻을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이다. 100년 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닭고기나 달걀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까 봐 축산업을 보호하겠다고 고심한 결과이다. 안타깝게도 공중보건을 책임져야 할 한국 .. 2017. 1. 9.
진보당 복권과 이석기 석방은 왜 우리 모두의 문제인가 전지윤 며칠 전 12월 19일은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사실 ‘통진당’이라는 용어는 언론들의 의도적 악의가 담긴 용어이고, 통합진보당 자신도 진보당이라는 약칭을 원한다고 표방해 왔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무시한다.)이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강제해산당한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김기춘이 헌재를 압박해 정당해산을 주문 생산한 것이 드러나며 이날은 더욱 가슴아픈 날로 다가왔다. 우파 결집과 진보 분열로 이어져 온 종북몰이는 박근혜의 핵심병기였고, 특히 진보당은 그 핵심 표적이었다. 몇 년전 인터넷에서 ‘종북 셀프테스트’가 유행할 때 첫째 질문이 바로 ‘당신은 통합진보당 당원인가?’였다. 이런 종북몰이는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요즘 탄핵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조중동과 우파가 반격의 핵심 고리로 삼.. 2016. 12. 21.
삼성의 범죄목록은 누군가의 피눈물이다 - 이재용은 약속을 지켜라 이상수(반올림 농성장 지킴이) 삼성 이재용은 기꺼이 바보가 되어 ‘아무것도 모른다’는 바보 코스프레를 종일 반복했다. 죄를 인정하지 않으려면 달리 방법이 없었을테고, 감옥에 가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청문회는 별 성과 없이 끝났고, 삼성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지도 모르겠다. 삼성의 범죄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지만,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부덕의 소치’이며 ‘뭐라고 꾸짖으셔도 할 말이 없다’는 이재용의 말은 ‘사죄는 하지만 내 잘못은 없다’는 박근혜의 담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청문회를 통해 그 동안 삼성이 지키지 않았던 약속과 삼성의 무책임, 범죄 행위를 지적하고 개선을 약속받는 데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아직 약속에 지나지 않지만 ‘재벌.. 2016. 12. 16.
재벌이 진짜 ‘비선실세’이자 몸통이다 전진한 재벌 청문회는 화만 돋웠다. 재벌들은 줄곧 ‘모른다’, ‘기억이 안난다’며 바보연기를 펼쳤다. ‘더 잘 알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에게 경영권을 넘기시라’는 일갈이 시원했고, ‘고(故) 황유미 씨에게 500만원 내밀고, 정유라 씨에게 300억원 내민 게 삼성’이란 질타가 반가웠지만 결국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이미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힌 재벌의 사조직 전경련 해체 가능성을 큰 성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손한 척 바보인 척 가면은 청문회장을 조금만 벗어나자 맨얼굴을 드러냈다. 이재용, 정몽구는 국회에 출입하면서 용역깡패를 준비했고,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준비한 팻말과 고인의 영정을 빼앗아 부수고 입을 틀어막았다. 그들 앞 농성장과 자신의 공장에서 하던.. 2016. 12. 9.
돌아보는 박근혜 정부의 성격과 모순 전지윤 [이 글은 박근혜가 취임하기 직전인 2013년 초에 한 좌파 신문에 발표됐던 글을 일부 표현등을 다듬고 생략한 것이다. 비록 시간이 지나간 글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등장 배경과 계급적 성격, 모순, 전망 등을 다루고 있어서 지금 벌어지는 사태의 배경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다시 싣는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서 박근혜 정부가 등장하는 상황은 정말 짜증난다. 마치 군대 제대하고 나서 해병대로 다시 입소하는 기분이다. TV에 자주 나오는 박근혜를 보면서 인혁당 유가족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면 정말 열 받는다. 먼저 박근혜가 어떻게 권력을 잡았는지부터 보자. 민주당 쪽에서 온갖 어처구니없는 잘못된 분석이 많았다. ‘이정희 후보 탓에 박근혜가 당선했다’, ‘괜히 종편에 출연 안 해서 중도층.. 2016. 12. 8.
제도권 야당을 믿지 말고 촛불의 힘을 더욱 키워야 한다 전진한 민주당의 우왕좌왕,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던 것이 정점이었다. 민주당이 국민들의 ‘영수’를 자처하며, 감옥에 가야 할 박근혜를 협상장에 모시려던 돌발행동은 큰 비난만 낳았다. ‘거국중립내각’, ‘2선후퇴’ 등으로 어물거리던 민주당은 100만 촛불을 직접 보고서야 ‘퇴진’ 당론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의 비주류에서조차 ‘탄핵’과 ‘새누리당 해체’ 입장이 나온 때였다. 퇴진에 부정적이었던 문재인은 거대한 거리의 물결을 목격하고서 ‘조건없는 퇴진’으로 선회했다. ‘개, 돼지’ 취급받던 평범한 사람들의 거대한 목소리는 이렇게 매 주말 정치권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은 민심의 꽁무니조차 제대로 쫓지 못하고 있다. 바로 야당들이 박근혜를 퇴진시키겠.. 2016. 11. 24.
뇌물 주고 대가 챙긴 삼성, 이재용이 있을 곳은 감옥 이상수(반올림 농성장 지킴이) 확실히 삼성은 삥이나 뜯기는 존재가 아니다. 삼성이 최순실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밝혀지기가 무섭게, 삼성이 받은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도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의 독일 기업 대표였던 쿠이퍼스는 ‘정부의 노조문제 협력과 연구비 지원을 약속받고 삼성이 최순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노조문제 협력’ 그리고, 이 ‘노조문제 협력이 바로 삼성직업병 문제에 대한 것’이라는 김현권 의원의 폭로가 이어졌다. 2015년은 이재용의 삼성 세습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삼성직업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던 때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삼성이 나서서 추진했던 조정위원회가 2015년 7월 말에 삼성에게 권고를 한다. ‘1000억원을 기부하여 직업병 공익재단.. 2016. 11. 21.
삼성에 분노하고 반올림을 응원하는 당신에게 이상수 20만의 시민이 모였던 지난 주말 며칠,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활동가들의 살인적인 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전날은 종일 농성장을 지키고, 토요일에는 퍼포먼스 준비물을 챙겨 들고 지하철로 집회에 와서 퍼포먼스와 긴 행진을 했습니다. 그 중 한 동지는 그 날 밤을 농성장 당직으로 보냈습니다. 다음 날인 일요일에는 겨울 대비 농성장 새 단장을 했는데, 짐을 모두 들어내고 바닥을 새로 깔고 방한을 위해 여러 겹 비닐을 치고, 다시 짐을 들이는 것으로 아침부터 어두운 밤까지 이어진 고된 노동이었습니다. 중요한 보고서 마감을 하루 앞 둔 동지는 일요일 농성장 단장에 함께 한 후, 밤 늦게까지 보고서 작업을 하고 다음 날 오전 다시 농성장을 지켜야 했습니다. 아침 농성장에서 잠 덜.. 2016.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