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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260

성과연봉제 폐기 이후 - 직무급이 대안일까? 성지훈(공무원노조 조합원)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가 시행했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의 폐기를 공식화했다. 이것은 새 정부 등장 이후 촛불혁명과 노동자 투쟁의 성과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성과연봉제 폐기 이후의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 직무급제에 대해 비판적 관점으로 살펴보는 글이다.] 지난 1월 콜센터에서 일하던 한 현장실습생이 자살을 했다. 그에겐 하루에 채워야할 콜 수 할당량이 있었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콜 수에 따라 점수가 깎이기 때문에 시간외근로를 해서라도 콜 수를 채워야 했다. 물론 시간외수당은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회사는 10등급으로 나누어진 성과평가 등급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책정하였다. 그는 그렇게 .. 2017. 6. 15.
촛불대선과 진보 후보 - 무엇이 연대와 투쟁을 위한 선택일까 전지윤 보수우파 세력에 기반한 후보가 일찌감치 당선권에서 멀어진 역사상 최초의 대선. 촛불의 힘과 성과가 반영된 ‘촛불 대선’은 이처럼 ‘거꾸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마련했다. 얼마 전까지 민주당 후보와 민주당에서 갈라진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더구나 심상정 후보도 예전같은 언론의 외면과 무시를 당하지는 않고 있다. 우파 후보들은 완전히 사분오열돼 있는데, 마치 진보정당들의 초기와 어려웠던 시절을 보는 것 같다. 보수의 독립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독자파’, 보수진영의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통합파’, 당선 가능한 야권 후보를 지지하고 동맹을 맺자는 ‘비판적 지지파’가 등장해서 서로 치고받고 있다. 고질적인 지역주의와 색깔론도 전 같은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번 대선은 촛불 투쟁을 뒤.. 2017. 5. 4.
TV 속 무자비한 착취 구조의 전복을 위해 -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으로 돌아본 방송콘텐츠산업 노동유연화의 방향과 노동자운동의 과제 이만재 (노동조합 활동가) 들어가며 : 55일 동안 쉰 날은 단 이틀? 방송콘텐츠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자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작년 10월 26일, CJ E&M에 재직 중이던 신입 조연출 이한빛 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유서의 일부다. 故 이한빛 님은 대학 시절 학생회 집행부를 하면서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활동을 하였고, PD가 되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CJ E&M에 입사한 .. 2017. 4. 27.
촛불의 기억과 21세기 혁명 전지윤 옛날에 서울구치소 독방에 있을 때, 가끔 운동 나가다가 전 국방장관이자 안기부장이던 권영해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서울구치소 최고의 ‘범털’이었고, 나는 자연스레 국가보안법 마녀사냥의 지휘자였던 그를 노려보며 뭐라고 했던 것 같다. 그는 허허거리며 눈을 피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당시 그는 총풍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모금 등으로 감옥에 있었고 수사 받다가 문구용 칼로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오늘날에도 ‘탄기국’ 공동대표로 저러고 있는 걸 보면 참 씁쓸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데 지금 서울구치소의 ‘범털’들은 훨씬 더 엄청나다. 최고의 정치권력자(박근혜), 최고의 경제권력자(이재용), 최고의 공안권력자(김기춘)까지. 역사적으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찾기 힘들어 보인다.. 2017. 4. 6.
서울대 점거농성 폭력진압 - 대학의 죽음을 애도한다 윤미래 다친 새가 땅바닥에 떨어져 피를 흘리며 떨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본부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지 152일차. 본부 직원들과 청원경찰들이 사다리차와 전기톱을 동원해 본부에 쳐들어왔다. 그들은 ‘너희는 이제 끝났다’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마라’ 같은 비웃음을 날리며 저항하는 학생들을 강제로 붙잡아 끌어냈다. 많은 학생이 다쳤고 한 명은 실신해 실려갔다. 현장에 있던 학생들은 이들 일부가 술에 취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다 학생들에게 직사하기도 했다. 친구가 물대포를 맞고 있는 사진이 SNS에 돌고 있다. 물대포를 보는 순간 백남기가 떠올라 너무 무서운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앞사람을 감쌌다고 그녀는 말했다. 총장은 학생들의 피해는 과장되.. 2017. 3. 14.
탄핵이 바꾸지 않은 것과 바꾼 것 윤미래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는 대개 금수저들이 점령할 것이다. 언론은 노조를 귀족이라 욕하고 보수 프로파간다를 설파하면서 여성들을 가십거리로 팔아먹을 것이다. 정부는 경제위기를 넘기기 위해 더 많은 희생과 더 많은 노력을 강요할 것이며 북한을 위협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행보에 대체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노동조합과 반전단체를 비롯해 자본의 핵심 이익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또 무자비한 경찰폭력에 짓밟힐 것이고, 법원은 여기에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입힐 것이다. 경제는 여전히 힘들 것이고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며 청년들은 여전히 앞길이 막막할 것이다. 여성들은 여전히 더 많이 일하고 적게 벌 것이며, 거기에 같은 계급의 남성들로부터 박탈감과 패배감을 위로받기 위한 감정.. 2017. 3. 14.
고 황유미 10주기 - 10년의 외침, 500일의 기다림! [다가오는 3월 6일은 삼성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투쟁을 촉발한 故 황유미 씨의 10주기이다. 그 죽음을 기리고 의미를 되새기 위해서 10년 넘게 이 투쟁에 앞장서 온 이종란 노무사의 글을 싣는다. 앞서 에 기고한 글(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5333)을 다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이종란 노무사님께 감사드린다.]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만 24조를 전망한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수익이다. 그런데 정작 반도체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수익을 누리기는커녕 직업병으로 쓰러지고 있다. 지난 1월14일에는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김기철님(32)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79번째 죽음이다. 삼.. 2017. 3. 4.
3·1절 집회 단상: 태극기의 헤게모니 투쟁 윤미래 세종대왕상을 사이에 두고 노란 리본을 매단 태극기와 그냥 태극기 또는 성조기와 함께 매단 태극기가 대치했다. 언론은 대체로 '둘로 나뉜 3·1절'이라고 이 풍경을 보도했고 일부 보수 언론은 촛불도 태극기도 자중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누가 보면 박근혜가 탄핵감인지 아닌지 애매한 문제로 소추됐고 여론이 50:50으로 갈리는 줄 오해할 지경이다. 언론이 기계적 중립의 외양 아래서 이런 방식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경향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매번 똑같이 유감스럽다. 그래도 비례의 문제를 빼고 본다면 3·1절과 태극기의 의미를 둘러싼 전선이 생긴 것은 사실이고 이것은 판단과 대응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난 이틀간 했던 생각들을 짧게 정리해보았다.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울려퍼지.. 2017. 3. 3.
'규제프리존법' 통과 위기 - 우리가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전진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칠게 요약하면 ‘재벌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최순실에게 뇌물을 주고, 최순실과 그의 아바타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준 사건’이다. 정부가 이재용 경영승계를 위해 국민연금 수천억원을 내버린 일이 대표적이다. 재벌들은 돈 뜯긴 피해자인척 했지만 이제 뇌물을 주고받은 공범이라는 것이 상식이 됐다. 그런데 심각한 부패권력-재벌기업 커넥션이 또 있다. 바로 ‘규제프리존법’ 거래다. 재벌들이 이 법을 위해 박근혜-최순실에 수천억을 쏟아 부었고, 이제 그 대가를 받아내려는 참인데 크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내용으로 봐도 ‘규제완화’ 정책이 그렇듯 국민들 대다수의 삶을 망가뜨릴 법이다. 그런데 야당이 협조해 곧 이 법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다.. 2017. 2. 20.
해고가 아니라 위로를, 고소가 아니라 사과를 했어야 전지윤 지난 2월 7일 언론노조에서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해고하고 고소한 디자인소호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나는 그 기자회견에 참가했다가, 피해자가 직접 나와서 그동안 겪은 끔찍한 고통들을 토로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우울증, 불면증, 폭식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자살충동... 이 사건에서 사측이 보인 태도는 그동안 내가 목격한 여러 사건들에서 본 잘못들의 종합이자 반복이었다. ‘혹시 여러 사건의 가해자들이 모여서 토론하면서 서로 배우고 있는 거 아냐’라는 누군가의 우울한 농담처럼 패턴은 비슷했다. 핵심은 고통에 대한 공감의 실종이었다. 디자인소호는 뛰어난 실력으로 업계에서 인정받고 명성을 날리던 자신들의 명예가 이 사건으로 훼손될 것이라는 점만 앞세웠다. 그래서 회사 내의 어떤 문화와 분위.. 2017. 2. 10.
촛불혁명은 어디로: 중간 평가와 전망 전지윤 ‘촛불혁명’이 불 붙은지 이제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 3개월 동안, 평상시의 3년보다 더 의미있고 중대한 일들이 벌어져 왔다. 그토록 단단하게 뭉쳐있던 보수우파가 이처럼 심각하게 분열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됐고, 쪼개진 새누리 안에서도 다툼이 계속됐다. 그 틈을 비집고 수많은 내부고발들이 터져 나왔다. 보복이 겁나고 눈치가 보여서 입을 닫고 있었던 사람들이 고발과 폭로에 나섰다. 권력의 상층부에서 벌어진 추악한 행태들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났다. 사람들은 오늘은 또 누가 어떤 폭로를 했을지 기대하며 저녁 뉴스를 틀었고, 지배자들은 이것을 ‘국정혼란과 마비’라 불렀다. 촛불이 3개월 동안 이룬 성과는 놀라운 것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두려울 게 없었던 .. 2017. 2. 1.
국가보안법 - 촛불을 끄려는 자들의 독성 병기 전지윤 최근 이진영 대표에 대한 구속은 촛불에 대한 공격이면서, 동시에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황당무계하고 시대착오적인 악법인지를 다시 보여 줬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온라인에 올리고 판매했다고 구속되는 일이 언제든 가능한 것이다. 나도 10여년 전에 국가보안법으로 두 번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나에게 적용된 것은 국가보안법 7조였다. 내가 반국가단체, 즉 북한을 ‘찬양·고무’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북한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 관료들이 노동자를 억압하는 체제이며, 북한 노동자들은 관료집단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도 말이다. 두 번째 구속됐을 때 검찰이 나를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한 증거물은 이런 것들이었다. 대학 수업 때 제출한 ‘국가보안법 왜 문제인가’ 리포트, 한 잡지에 기.. 2017.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