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과 주장264 공영방송을 진정 모두의 품으로 돌려주려면 이만재 "직장인 말고 언론인이 되자" MBC 사측이 경력기자 채용공고를 내자, 5년 만에 이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언뜻 들어보았을 때는 멋진 말 같지만, 나는 이 말이 불편하다. 그간 방송산업에서 조직된 노동자들이 '언론인'이라는 일종의 엘리트의식을 전유할 수 있었던 물질적 배경에는 외주화와 비정규직 착취와 같은 내부 적폐가 있었기 때문이다. 20, 30년 전과는 다르게 방송사 신입사원 공채 합격 인원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처럼 적을 뿐이고, 방송제작참여를 꿈꾸는 젊은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업계에 들어오거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중소언론사를 전전하다 경력직으로 메이저언론사를 노크하는 현실. 이는 한국사회 일반적인 채용시장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이 속에서도 '언론인'들이 '직장인'과는.. 2017. 8. 25. 살충제 없는 달걀의 가격 최태규 살충제 달걀 이슈가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자랐다. 역시 한국에선 먹거리 문제가 가장 폭발력 있는 것 같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 만큼 심각한 일이다. 게다가 한국 사회의 속성이 바닥까지 불신으로 가득 차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금만 방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문제가 불거지자 책임을 방기했던 정부는 부랴부랴 농장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어느 농장에서 언제 생산된 달걀에서 살충제가 나왔다며. 이 과정에서 농식품부는 엉뚱한 농장을 적발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늘 그랬듯 사회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살충제 말고도 터질 꺼리는 얼마든지 많다. 동물복지농장이 다시 한 번 힘을 받는다. 환영할 일이다. 닭의 모래목욕과 진드기의 관계는 이미 증명되었다. 케이지에 가두.. 2017. 8. 21. 이재용 단죄의 중요성 - 죽어간 노동자들이 지켜본다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의 변론 종결(결심)이 8월 7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재용을 처벌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밝히는 이 글은 , , , 에 공동 게재됐고, 필자의 허락을 받아 여기에도 싣는다.] “처음에 삼성은 아예 화학약품을 안 쓴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화학약품이 발견되니 해로운 화학물질은 안 쓴다고 했어요. 지금은 영업비밀이라서 화학물질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삼성은 계속해서 거짓말만 해왔습니다.” 10년을 삼성과 싸워 온 황상기 아버님의 말씀이다. “미국 반도체칩 제조업체들에 독성 문제가 있었고, 이들은 이 문제를 외주화했다.” 한 달 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한 탐사 기획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는 삼성의 거짓말을 지적한 황상기 아버님의 말씀이 생각보다 더.. 2017. 8. 2. 문재인 정부 한 달과 반격하는 적폐세력 전지윤 문재인 정부 한달 동안의 의미있는 진전들을 객관적으로 부정하긴 어렵다. 국정교과서 폐기. 세월호 기간제교사 순직 인정, 원전 건설 중단, 위안부 재협상 공식화, 성과연봉제 폐지, 일부 진보적 인사들의 입각... 좌파의 덕목은 이걸 없는 셈치고 못 본 척하는 게 아니라, 이걸 가능하게 한 핵심 동력이 어디서 왔는지 말하는 데 있다. 이 요구들을 위해 힘겹게 투쟁해 온 사람들의 땀과 눈물을 기억하고 함께 기뻐하는 데 있다. 일부 좌파들처럼 문재인 정부를 칭찬할 수 없다는 강박 때문에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고 냉소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성과를 인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아래로부터 투쟁이 헛되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투쟁이 없었다면, 무엇보다 촛불혁명이 없었다면 문재인이 예전처럼 김종필이나.. 2017. 6. 21. 성과연봉제 폐기 이후 - 직무급이 대안일까? 성지훈(공무원노조 조합원)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가 시행했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의 폐기를 공식화했다. 이것은 새 정부 등장 이후 촛불혁명과 노동자 투쟁의 성과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성과연봉제 폐기 이후의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 직무급제에 대해 비판적 관점으로 살펴보는 글이다.] 지난 1월 콜센터에서 일하던 한 현장실습생이 자살을 했다. 그에겐 하루에 채워야할 콜 수 할당량이 있었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콜 수에 따라 점수가 깎이기 때문에 시간외근로를 해서라도 콜 수를 채워야 했다. 물론 시간외수당은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회사는 10등급으로 나누어진 성과평가 등급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책정하였다. 그는 그렇게 .. 2017. 6. 15. 촛불대선과 진보 후보 - 무엇이 연대와 투쟁을 위한 선택일까 전지윤 보수우파 세력에 기반한 후보가 일찌감치 당선권에서 멀어진 역사상 최초의 대선. 촛불의 힘과 성과가 반영된 ‘촛불 대선’은 이처럼 ‘거꾸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마련했다. 얼마 전까지 민주당 후보와 민주당에서 갈라진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더구나 심상정 후보도 예전같은 언론의 외면과 무시를 당하지는 않고 있다. 우파 후보들은 완전히 사분오열돼 있는데, 마치 진보정당들의 초기와 어려웠던 시절을 보는 것 같다. 보수의 독립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독자파’, 보수진영의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통합파’, 당선 가능한 야권 후보를 지지하고 동맹을 맺자는 ‘비판적 지지파’가 등장해서 서로 치고받고 있다. 고질적인 지역주의와 색깔론도 전 같은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번 대선은 촛불 투쟁을 뒤.. 2017. 5. 4. TV 속 무자비한 착취 구조의 전복을 위해 -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으로 돌아본 방송콘텐츠산업 노동유연화의 방향과 노동자운동의 과제 이만재 (노동조합 활동가) 들어가며 : 55일 동안 쉰 날은 단 이틀? 방송콘텐츠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자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작년 10월 26일, CJ E&M에 재직 중이던 신입 조연출 이한빛 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유서의 일부다. 故 이한빛 님은 대학 시절 학생회 집행부를 하면서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활동을 하였고, PD가 되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CJ E&M에 입사한 .. 2017. 4. 27. 촛불의 기억과 21세기 혁명 전지윤 옛날에 서울구치소 독방에 있을 때, 가끔 운동 나가다가 전 국방장관이자 안기부장이던 권영해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서울구치소 최고의 ‘범털’이었고, 나는 자연스레 국가보안법 마녀사냥의 지휘자였던 그를 노려보며 뭐라고 했던 것 같다. 그는 허허거리며 눈을 피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당시 그는 총풍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모금 등으로 감옥에 있었고 수사 받다가 문구용 칼로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오늘날에도 ‘탄기국’ 공동대표로 저러고 있는 걸 보면 참 씁쓸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데 지금 서울구치소의 ‘범털’들은 훨씬 더 엄청나다. 최고의 정치권력자(박근혜), 최고의 경제권력자(이재용), 최고의 공안권력자(김기춘)까지. 역사적으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찾기 힘들어 보인다.. 2017. 4. 6. 서울대 점거농성 폭력진압 - 대학의 죽음을 애도한다 윤미래 다친 새가 땅바닥에 떨어져 피를 흘리며 떨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본부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지 152일차. 본부 직원들과 청원경찰들이 사다리차와 전기톱을 동원해 본부에 쳐들어왔다. 그들은 ‘너희는 이제 끝났다’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마라’ 같은 비웃음을 날리며 저항하는 학생들을 강제로 붙잡아 끌어냈다. 많은 학생이 다쳤고 한 명은 실신해 실려갔다. 현장에 있던 학생들은 이들 일부가 술에 취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다 학생들에게 직사하기도 했다. 친구가 물대포를 맞고 있는 사진이 SNS에 돌고 있다. 물대포를 보는 순간 백남기가 떠올라 너무 무서운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앞사람을 감쌌다고 그녀는 말했다. 총장은 학생들의 피해는 과장되.. 2017. 3. 14. 탄핵이 바꾸지 않은 것과 바꾼 것 윤미래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는 대개 금수저들이 점령할 것이다. 언론은 노조를 귀족이라 욕하고 보수 프로파간다를 설파하면서 여성들을 가십거리로 팔아먹을 것이다. 정부는 경제위기를 넘기기 위해 더 많은 희생과 더 많은 노력을 강요할 것이며 북한을 위협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행보에 대체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노동조합과 반전단체를 비롯해 자본의 핵심 이익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또 무자비한 경찰폭력에 짓밟힐 것이고, 법원은 여기에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입힐 것이다. 경제는 여전히 힘들 것이고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며 청년들은 여전히 앞길이 막막할 것이다. 여성들은 여전히 더 많이 일하고 적게 벌 것이며, 거기에 같은 계급의 남성들로부터 박탈감과 패배감을 위로받기 위한 감정.. 2017. 3. 14. 고 황유미 10주기 - 10년의 외침, 500일의 기다림! [다가오는 3월 6일은 삼성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투쟁을 촉발한 故 황유미 씨의 10주기이다. 그 죽음을 기리고 의미를 되새기 위해서 10년 넘게 이 투쟁에 앞장서 온 이종란 노무사의 글을 싣는다. 앞서 에 기고한 글(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5333)을 다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이종란 노무사님께 감사드린다.]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만 24조를 전망한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수익이다. 그런데 정작 반도체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수익을 누리기는커녕 직업병으로 쓰러지고 있다. 지난 1월14일에는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김기철님(32)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79번째 죽음이다. 삼.. 2017. 3. 4. 3·1절 집회 단상: 태극기의 헤게모니 투쟁 윤미래 세종대왕상을 사이에 두고 노란 리본을 매단 태극기와 그냥 태극기 또는 성조기와 함께 매단 태극기가 대치했다. 언론은 대체로 '둘로 나뉜 3·1절'이라고 이 풍경을 보도했고 일부 보수 언론은 촛불도 태극기도 자중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누가 보면 박근혜가 탄핵감인지 아닌지 애매한 문제로 소추됐고 여론이 50:50으로 갈리는 줄 오해할 지경이다. 언론이 기계적 중립의 외양 아래서 이런 방식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경향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매번 똑같이 유감스럽다. 그래도 비례의 문제를 빼고 본다면 3·1절과 태극기의 의미를 둘러싼 전선이 생긴 것은 사실이고 이것은 판단과 대응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난 이틀간 했던 생각들을 짧게 정리해보았다.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울려퍼지.. 2017. 3. 3.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