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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264

내부로부터 억압과 운동사회 성폭력에 대한 고민 전지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많은 억압과 차별, 착취로 뒤덮여 있다. 벨 훅스는 서로 맞물린 모순의 복합성을 드러내기 위해 ‘제국주의 백인우월주의 자본주의 가부장제’라고 표현하곤 한다. 자본가편아니면 노동자편이라는 편가르기로 모든 걸 설명한다면 너무 단순한 것이다. 억압은 위로부터만 오지 않고 내부로부터, 옆에서 오기도 한다. 특히 경제정치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쉽게 직면하는 건 성적 억압과 폭력이다. 노동자연대 지도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동지들을 돕는 등의 경험과 과정 속에서 갑갑한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안희정 판결을 규탄하는 집회에 갔다가 가해에 책임있고 어떤 사과도 없는 단체의 깃발을 보게되는 경우에 심경은 복잡 불편하기 마련이다. 다른 연대 투쟁 현장에 갔다가 그런 단체 담당자를 마.. 2018. 11. 19.
BTS 티셔츠 논란 - 원폭은 광복이 아닌 야만의 상징 박철균 1.한동안 방탄소년단의 원폭 티셔츠와 나치 모자 때문에 시끄러웠다. 다행히도 방탄소년단 기획사 측에서 11월 14일 나치 모자와 더불어 원폭 티셔츠(혹자는 그 티셔츠에 광복 문양도 있는데, 왜 원폭 티셔츠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제목에서처럼 광복과 원폭은 전혀 상징적 연관성이 될 수 없고 되서도 안 된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한다.)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함(https://goo.gl/UuwPQ6)으로서 이 사건은 뭔가 결말을 향해 가는 듯 하지만, 찜찜함은 여전히 남는다. 이 사건에서도 민족주의를 가장한 비이성적인 쇼비니즘이 그대로 드러난 탓이다. 2.혹자는 방탄소년단의 원폭 티셔츠 때문에 일본의 유명 음악방송인 '뮤직스테이션'에 출연 취소되고, 일본 극우들이 공격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원폭 .. 2018. 11. 16.
[박노자] 권위주의 만연의 뿌리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제 정치관이나 세계관 등이 형성된 시기는 1987~91년간 쏘련의 체제전환의 풍랑의 시절이었습니다. 그 때 저나 제 주변 인물들의 존재 코드는 한 마디로 ‘민주주의’이었습니다. 우리는 쏘련의 복지체제 등을 그저 당연한 기존사실로 받아들이고, 공짜 학교나 공짜 병원, 대학에서 다달이 받는 국가 장학금 등을 당연시하면서도, 쏘련의 권위주의적 측면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적이었습니다. 그.. 2018. 11. 13.
[박노자] 세계적 불행 중 다행, ‘한반도 평화’의 배경과 약점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요즘 세계 상황을 생각할 때마다 솔직히 "큰 그림"을 보느라면 불길한 예감 이외에는 드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보통 10년마다 한번 닥치는 주기적인 불경기(예전에는 1987년의 세계 증시 폭락, 1997~8년의 아세아 금융위기, 2008년의 세계공황 등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에다가 장기적인 주기적 위기(1945년에 시작된 70~80년간 콘드라티예브 주기의 최종적 단계)와 인류.. 2018. 10. 31.
누구도 견딜 수 없게 아프고 괴롭고 망가지지 않을 수 있다면 윤미래 아파서 더 타인을 해하는 사람이 있고 아파서 더 타인을 위하는 사람이 있다. 아프다는 건 변명이 안 된다. 병은 당신의 모든 선택을 조건짓지만 당신의 선택은 똑같이 병적이면서도 여전히 하늘과 땅만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을 칼로 수십 차례 찌르고 싶은 충동에 가득찬 정신질환자가 그것도 여차하면 공범이 될 준비 만만한 사람과 같이 아무 감독·관리 없이 돌아다니게 만든 사회 시스템의 무능이 개인의 자유선택과 책임성 논쟁으로 가려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제 입원을 시켰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가령 이런 것이다. 신체·정신을 막론하고 모든 중증 장애인에게 전담 사회복지사가 붙어서 상태를 계속 주시하면서 위험해 보이면 입원치료를 설득하고, 지역공동체와 협력해서 스트레스 요인들을 케어하고, .. 2018. 10. 21.
종북몰이의 최대 희생자, 이석기 의원을 당장 석방하라! 김지수 지난 금요일 밤, 토요일(9월 29일) 새벽에 박근혜 국정원에 의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사건 피해자 양심수 김홍열 동지의 석방 환영대회에 다녀왔다. 광주교도소 앞에 도착하니 새벽 4시. 광주교도소 앞은 긴 옥고를 치루고 나오는 동지를 환영하기 위한 사람들이 불금밤을 새서 몰고 온 차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버스가 대여섯대 가득 차 온 것을 포함해 적어도 600여명의 사람들이 와 있었다. 4시 30분부터 광주교도소 정문에서부터 대회 무대까지 참가자들이 길을 만들고 김홍열 동지를 기다렸다. 김홍열 동지가 나오자 교도소가 떠나갈 정도로, 교도소 뒷산이 떠나갈 정도로 모두들 환호의 함성과 구호를 질렀다. 환영 행사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무대 뒤편으로 동이 터 왔고 마침 몸짓패가 우리나라의 가자 통일로.. 2018. 10. 6.
우리의 생명과 안전이 삼성의 이익과 비밀보다 소중하다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국가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는 삼성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삼성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비판하는 이 글은 반올림과 필자가 여러 진보언론에 동시에 기고했다.] 지난 9월 4일 삼성 공장에서 또 사람이 죽었다. 이산화탄소 가스가 유출돼 협력업체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부상자 중 한 분도 사고 후 일주일 쯤 지나 결국 돌아가셨다. 삼성에서의 사고는 감출 수 없을 때에야 드러나곤 했다. 이번에도 은폐의혹이 심각하다. 삼성은 사고 발생 후 2시간 가까이 신고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법을 지켰으니 문제없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었는데, 소방법은 안 지켜도 되냐는 반박이 제기됐다. 구조와 구급이 필요한 상황이 .. 2018. 10. 5.
[박노자] 디지털 전체주의 시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요즘 느끼는 부분이지만, 저는 가면 갈수록 "페북형 인간"이 되어갑니다. 거의 매일 1회 정도 포스팅하고, 거의 1~2시간에 한번씩 페북 확인하는 것은 인제 습관되어 거의 체화된 것이죠. 물론 여기에서 언어문화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조선말로 글 쓸 수 있는 것은, 등에서 아주 가끔 시사적 글을 쓰는 것 이외에는 거의 페북 밖에 없으니까요. 요즘 국내에서도 영어논문을 쓰는 게 좋다고 하.. 2018. 9. 23.
나쁜 동물원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최태규(수의사) 2010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퓨마 뽀롱이가 열린 철문으로 걸어 나왔다가 사살당했다. 대형 육식동물이라 사살 결정도 빨랐고 언론의 관심도 많이 받았다. 동물원에서 동물이 우리를 탈출하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잦은 일이다. 두 달 전 미국 뉴올리언스 동물원에서도 재규어가 탈출해 알파카와 여우를 물어 죽이고 다시 우리로 잡혀 들어갔다. 가축을 기르는 농장에서도 닭이나 돼지는 늘 탈출하고, 동물병원을 할 때 진료하러 갔던 소가 탈출해서 야산으로 소를 잡으러 다닌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물며 날래기로 유명해서 운동복 상표로 쓰이는 퓨마다. 쉽게 흥분하는 이 대형 고양이가 통제를 벗어나고 당황하면 사람을 공격해서 죽일 수 있다. 난생 처음 창살 밖으로 나왔다. 거창하게 자유.. 2018. 9. 20.
죽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하는 세상을 위해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에 실렸던 글(http://safedu.org/column/117999)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태풍 ‘솔릭’이 다가오면서 실감했다. 농성이 끝났다는 것을. 농성 기간 내내 온전히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농성 당번을 채우는 건 늘 버거운 일이었다. 농성을 해보면 계절과 날씨 변화를 온 몸으로 겪게 된다. 페트병 속 물이 꽝꽝 어는 겨울밤 농성장 추위를 핫팩과 침낭만으로 버티는 일도 녹록치 않았지만, 잠깐 잠들기도 어려운 습하고 더운 한여름밤은 견디는 게 고역이였다. 비라도 와서 비닐을 쳐야하는 날은 덥고 습한 기운에 몇 시간만에 녹초가 되곤 했다. 최악은 역시 비바람이다. 말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두두둑 빗소리.. 2018. 9. 6.
[박노자] 성추행을 방지하는 방법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말이 안되는 안희정 무죄 판결을 보고 제 머리에 든 생각을 일단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성추행'이라는, 이 사회의 "비정상적 일상"의 일부분은 오랫동안 사회적 토론의 중심에 위치해 있을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한 번 총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1. "자유 의사"라는 것은 하나의 이상 내지 이상적 모델이지 현실은 아닙니다. 우리가 식욕, 성욕, 수욕으로.. 2018. 8. 26.
[박노자] 북조선은 정말 그렇게 이질적인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수많은 책을 썼다. 본인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 )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저는 요즘 여유 날 때마다 서울에서 이번에 구입해놓은 탈북 외교관 태영호의 를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북조선을 잘 모르면서 그 관련 수업을 해야 하니까 공부할 겸 재미를 볼 겸 이렇게 독서를 하지요. 물론 그가 쓴 걸 그대로 취신하려 하지 않습니다. 일단 그 누구의 회고록이든 저자의 (숨겨진) 의제 등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건 사학의 기초니까요. 더군다나 태영호의 경.. 2018.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