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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세상을향한연대1355

[박노자] "피해자 민족주의"와 그 한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대체로 민족주의자들의 "과거 기억"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 결속을 가장 잘 다지는 집단 기억은 바로 과거의 집단 피해입니다. 그래서 "민족 수난"은 거의 모든 민족주의들이 공유하는 주요 테마죠. 그런데 "수난"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이 잘못하면 너무 "약체"로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난" 테마와 함께 꼭 나타나는 대목은 "우리들의 과거의 위대성"입니다. 역사 속에서 백마를 탄 개선의 장군들.. 2021. 12. 6.
윤미향이 ‘죄인’이라는 검찰-언론의 ‘고지’는 틀렸다 전지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내면을 포착하고 형상화해내는 연상호 감독의 장기가 드러난 또 하나의 수작이다. 여기서 누군가 난데없이 ‘천사’의 ‘고지’를 받으면 그는 ‘죄인’이 되고 자신이 어떤 죄를 범했는지 ‘고해’해야 한다. 인생 전체를 통 털어서 어떤 작은 잘못이더라도 말이다. 결국 죄인은 예고된 날짜에 ‘사자’들에 의한 ‘시연’ 속에 무자비하게 온몸이 짓밟히다가 시커멓게 타버린 유골로 변한다. 드라마에서 ‘새진리회’는 죄인에게 낙인을 찍고, 죄를 ‘고해’하라며 압박하고, 유튜버는 죄인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화살촉’은 직접 폭력을 행사하며 죄인을 응징한다. 그들은 이것을 신의 “의도”를 따르는 “정의의 실현”이라고 내세운다. 어떤 이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 2021. 12. 3.
리뷰 - 너에게 가는 길/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박철균 ● 너에게 가는 길 한국에 두 개의 당사자 부모 운동이 있다. 하나는 장애인 부모운동이고, 또 하나는 성소수자 부모 운동이다. 전자는 장애인 운동에서 활동하면서 지금도 계속 함께 하고 있는 "나의 운동, 우리 모두의 운동"으로 생각하는데, 후자는 사실 퀴어 퍼레이드나 해당 부모모임에 활동하는 활동가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그 동지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잘 몰랐던 성소수자 부모 운동의 이야기가 90분 내내 너무 절절하게 볼 수 있었다. 장애인 부모운동이든, 성소수자 부모운동이든 함께 하는 가족이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하고 때로는 투쟁하는 모습들이 모두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영화 "학교 가는 길"에서 우리 동네에 .. 2021. 11. 29.
[박노자] "절차적 공정"의 허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노르웨이를 부자로 만든 것은 바다 속 유전들입니다. 거기에서의 일은 힘들고 때로는 위험하지만, 임금만큼은 좀 높습니다. 평균보다 40-50%를 더 주는 것이죠. 몇 년 전에 제가 소속돼 있는 공무원 노련 (NTL)의 노조보에서는, 이 유전에서의 노동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유전 노동자 중에서는 외국인의 비율이 꽤나 높은데, 상당수는 폴란드 사람들입니다. 그 중의 다수는 직접 고용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력 업체를 통해 들어오는.. 2021. 11. 26.
세상읽기 – 차별금지법/이대남/바이든/총격살해 무죄? 전지윤 ● 차별금지법 국회 앞 농성에 참가하고서 얼마전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회 앞 차별금지법 제정 농성장 지킴이를 했다. 농성장에서 자면서 24시간을 지키는 분들도 있으니 미안한 마음이고, 앞으로도 기회될 때마다 동참해야겠다. 촛불 이후에 내가 새정부와 국회에 가장 크게 기대한 것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국가보안법의 폐지(관련해 덧붙여 이석기 의원의 석방)였다. 이중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매우 부족한 상태로 제정됐고, 나머지 두 개는 아직도다.(이석기 의원은 8년 넘게 감옥에 있고) 차별금지법(평등법)은 국민의힘 대표, 원내대표, 대선후보 모두 공개적 반대 발언을 했고, 현재 ‘당론으로 반대’다. 대선 경선 토론에서도 이 당의 후보들은 온갖 차별과 혐오, 낙인의 발언을 쏟아냈다. 최종.. 2021. 11. 23.
신자유주의 렌즈를 통해 본 노동력과 사회적 재생산 닐 포크너Neil Faulkner 번역: 두견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뒤를 따라서 사회적 재생산 이론을 더 정교하게 발전시키려는 시도를 담은 글이다. 가치 창출, 노동력 및 사회적 재생산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을 확장하려고 한다. 이 글은 이미 앞서 소개한 같은 필자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혁신을 시도하는 글(https://www.anotherworld.kr/990)에서 이어지는 것이고 상호보완적인 내용이다. 이 글의 필자인 닐 포크너Neil Faulkner는 고고학자, 역사학자, 그리고 러시아 혁명의 민중사, 그리고 의 저자이며 활동가이다. 현재 영국에서 ‘반자본주의 저항’Anti*Capitalist Resistance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좌파 재결집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 2021. 11. 19.
[박노자] "토왜"라는 언설이 불편한 이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아마도 체질이겠죠? 제게는 민족주의란 대단히 불편합니다. 어떤 민족주의이든지 말씀입니다. 좌파 민족주의 같은 경우에는, 왜 민족주의로 기울였는지를 대개는 이해하고도 남지만, 그래도 그 언설들을 접하면 굉장히 불편한 뒷맛이 남습니다. "민족주의" 속에서 좌파성이 희석화되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한 것이죠. 리버럴들의 민족주의는 더더욱더 그렇습니다. 예컨대 일각의 한국 리버럴들은 "토착왜구", "토왜" 같은 언사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2021. 11. 15.
세상읽기 - COP26 이후/ 윤석열 선출/ 우파의 재결집 전지윤 ● COP26 이후 기후정의 운동의 방향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예상대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기대를 모았던 미국 바이든 정부는 크게 후퇴한 계획을 제시했고, 중국 정부는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어떤 이들은 애초에 정치인과 기업인들에게 기대를 하고 그들이 모이는 회의에 호소한 것부터 문제였고 무의미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역사적인 투쟁은 항상 통치자에게 호소하고 청원하는 방식으로 등장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봉건 영주들에게 소작료 인하를, 공장 사장에게 더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제 국제 정치 엘리트들은 지구 온난화를 멈추는데 구실을 해야 한다는 호소를 듣고 있다. 그래서 생태사회주의자인 조나선 닐Jonathan.. 2021. 11. 12.
두나예프스카야의 마르크스주의적 휴머니즘 피터 후디스PETER HUDIS 번역: 두견 러시아 태생의 사상가인 두나예프스카야Raya Dunayevskaya는 미국 급진좌파의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초기 단계에서 그녀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두 개의 억압적 구조인 인종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을 결합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나아가 현대 사회를 정의하는 무수한 형태의 소외에 대한 휴머니즘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마르크스주의의 전제에 도전했다. 두나예프스카야의 사상은 사회주의 사상과 이론의 혁신을 위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글의 필자인 피터 후디스는 오크톤Oakton 커뮤니티 칼리지의 철학과 교수이자 의 저자이다. 출처: https://www.jacobinmag.com/2021/06/raya-dunayevskaya-marxi.. 2021. 11. 9.
[박노자] "노태우 시절"을 회상한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며칠 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아마도 머나먼 서울에서 그 "국가장"이 진행되고 있을 것입니다. 불법 정변, 독재, 학살, 그리고 천문학적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람을 "국가장"으로 보내는 게 도대체 어떤 논리인지 "촛불 정권"을 한 때에 믿었던 사람들이 의아하기만 합니다. 결국 "한 통치자는 다른 통치자를 예우한다"는, 통치자 서로 사이의 "카르텔" 논리 같은 것이겠죠? 좌우간, 노 전 대통령 사망 소식.. 2021. 11. 6.
영화 ‘태일이’에 대한 기대와 개인적 아쉬움 - 한국에서 "비성우 유명 배우" 더빙과 성우, 그리고 작품의 수난시대 박철균 1. 얼마 전 애니메이션 태일이에 대한 소식을 다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던 전태일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드디어 올해에는 개봉한다는 것이고 크라우드 펀딩 투자와 개봉이 되면 꼭 극장에서 관람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전태일재단이 제작에 많은 노력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개봉이라는 사실에 저 역시 기뻤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조그마한 돈이라도 투자(후원)을 하지 않았기에 이 참에 후원도 하고 꼭 다른 사람들과 함께 봐야지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포스터를 보는 순간 저는 큰 개인적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목소리 출연에 온통 적힌 분들은 유명한 영화배우들로만 가득히 그리고 빼.. 2021. 11. 3.
세상읽기 – 노태우/ 소시오패스 낙인/2차가해/수단.. 전지윤 ● 노태우 추모, 조문, 국가장이 용납될 수 없는 이유 노태우에 대한 애도, 조문, 국가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물론,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도 반성, 사과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들여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다면 화해,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내가 지금도 성폭력 피해자를 괴롭힌 운동단체 지도부에 끝없이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사람들은, 노태우의 역사적 죄악을 잘 알면서도, 희귀병으로 10년 동안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은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로 서서히 죽어간 그에게 인간적 연민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아들이 대신해서 매년 광주를 찾아 유가족들에게 거듭 사과한 것이나 2천6백억 원의 추징금을 완납한 것은 전두환과 다르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다.. 2021.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