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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세상을향한연대1336

우리 곁에 있는 “살육(Cannibal) 자본주의” 지난 30년 동안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는 좌파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들을 제공해 왔다. 프레이저가 페미니즘에 경제 엘리트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억압의 근본 원인을 공격할 수 있는 노동계급 정치를 수용할 것을 요구할 때와 같이 이러한 생각은 때때로 정치적이다. 다른 한편, 프레이저가 자본주의와 자본주의가 의존하지만 완전히 종속적이지는 않은 "배경 조건" 사이의 상호 작용을 분석할 때와 같이 이러한 생각은 때때로 강력하게 이론적이다. 곧 출간할 책에서 프레이저의 최근 작업은, 그녀가 "살육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의 돌진하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것의 종합을 추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삶의 모든 영역에 침범함으로써, 자신의 생존 조건, 그리고 더 중요한.. 2021. 12. 20.
[박노자] "배달 천국"의 이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한국 만큼이야 아니지만, 노르웨이에서도 서서히 "배달 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종종 Foodora 등 음식 배달 업체들을 이용합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지인들과 같이 있었을 때에 몇 번 "배달의 민족"을 통해 음식 주문, 배달을 받아 본 일은 있긴 있었는데, 노르웨이에서는 한 번도 배달된 음식을 먹어본 일이 없습니다. 초밥이 먹고 싶어 질 때에 그냥 무식하게 (?) 약 15분 언덕을 내려 거기에 있는 초밥 집에서.. 2021. 12. 17.
세상읽기 – 차별금지법/미얀마/전두환/니카라과/코로나 전지윤 ●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집중 농성 얼마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집중 농성’에 함께 했다. 거의 하루 종일 밖에서 떨기는 했지만, 여러 반가운 동지들도 만날 수 있었고 또 의미있는 자리였다. 마지막에 단돈 만원의 지지금을 내고 농성했던 즉석접이식천막도 득템했다. 차별금지법을 요구하는 수많은 이들과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진보당 김재연 후보도 분명하고 속시원하게 이 법안을 가로막는 세력을 질타하고 제정의 필요성을 말해줬다. 어제도 차별금지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엄청난 분노와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14년을 기다리며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고, 소중한 것을 잃어온 사람들의 정당한 분노와 비판이다. 아마 민주당은 변명하고 핑.. 2021. 12. 14.
러시아 혁명에서 올바른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에릭 블랑ERIC BLANC 번역: 두견 근래 서구 좌파진영에서는 사회변혁의 전략에 대한 흥미롭고도 중요한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속에서 러시아 혁명에 대한 재평가, ‘레닌주의’적 사회변혁 전략의 타당성 등도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글들을 계속 번역, 소개해 왔는데 이번 글도 그것의 연장이다. 이 글은, 사회주의자들이 세대를 거쳐 러시아 혁명의 영감을 얻어왔지만, 그로부터 얻어진 많은 교훈은 우리 자신의 시대에 맞지 않고, 오늘날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천에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글의 필자인 에릭 블랑은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들(DSA) 소속의 사회주의 이론가이자 활동가이며, 역사사회학자로서 러시아 혁명과 레닌주의에 .. 2021. 12. 11.
“아무리 발버둥치고 소리 질러도 소용없다”는 공포 전지윤 주말 저녁에 모처럼 좋은 영화를 하나 봤다. 리들리 스콧의 . 중세 시대에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끔찍한 고립과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 투쟁하는지 다루는 영화였다. 영화의 압권은 막바지에 나오는 재판 장면인데 거기서 그 주인공은 그야말로 공개적으로 난도질 당한다. ‘성폭력 당했다는 게 거짓말 아닌가’, ‘가해자를 좋아했던 것 아닌가?, ‘성폭력을 당할 때 쾌감을 느낀 것 아닌가?’, ‘지금 임신한 아이가 가해자의 아이가 아닌가’... 재판관들의 심문은 산채로 인간을 해부하는 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성폭력 당했다는 호소가 거짓이라면 죽어야 한다’는 판정에 따라서 주인공이 화형대 위에서 곧 불에 타서 죽을지 모르는 순간에는, 입술이 바짝 .. 2021. 12. 8.
[박노자] "피해자 민족주의"와 그 한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대체로 민족주의자들의 "과거 기억"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 결속을 가장 잘 다지는 집단 기억은 바로 과거의 집단 피해입니다. 그래서 "민족 수난"은 거의 모든 민족주의들이 공유하는 주요 테마죠. 그런데 "수난"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이 잘못하면 너무 "약체"로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난" 테마와 함께 꼭 나타나는 대목은 "우리들의 과거의 위대성"입니다. 역사 속에서 백마를 탄 개선의 장군들.. 2021. 12. 6.
윤미향이 ‘죄인’이라는 검찰-언론의 ‘고지’는 틀렸다 전지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내면을 포착하고 형상화해내는 연상호 감독의 장기가 드러난 또 하나의 수작이다. 여기서 누군가 난데없이 ‘천사’의 ‘고지’를 받으면 그는 ‘죄인’이 되고 자신이 어떤 죄를 범했는지 ‘고해’해야 한다. 인생 전체를 통 털어서 어떤 작은 잘못이더라도 말이다. 결국 죄인은 예고된 날짜에 ‘사자’들에 의한 ‘시연’ 속에 무자비하게 온몸이 짓밟히다가 시커멓게 타버린 유골로 변한다. 드라마에서 ‘새진리회’는 죄인에게 낙인을 찍고, 죄를 ‘고해’하라며 압박하고, 유튜버는 죄인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화살촉’은 직접 폭력을 행사하며 죄인을 응징한다. 그들은 이것을 신의 “의도”를 따르는 “정의의 실현”이라고 내세운다. 어떤 이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 2021. 12. 3.
리뷰 - 너에게 가는 길/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박철균 ● 너에게 가는 길 한국에 두 개의 당사자 부모 운동이 있다. 하나는 장애인 부모운동이고, 또 하나는 성소수자 부모 운동이다. 전자는 장애인 운동에서 활동하면서 지금도 계속 함께 하고 있는 "나의 운동, 우리 모두의 운동"으로 생각하는데, 후자는 사실 퀴어 퍼레이드나 해당 부모모임에 활동하는 활동가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그 동지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잘 몰랐던 성소수자 부모 운동의 이야기가 90분 내내 너무 절절하게 볼 수 있었다. 장애인 부모운동이든, 성소수자 부모운동이든 함께 하는 가족이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하고 때로는 투쟁하는 모습들이 모두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영화 "학교 가는 길"에서 우리 동네에 .. 2021. 11. 29.
[박노자] "절차적 공정"의 허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노르웨이를 부자로 만든 것은 바다 속 유전들입니다. 거기에서의 일은 힘들고 때로는 위험하지만, 임금만큼은 좀 높습니다. 평균보다 40-50%를 더 주는 것이죠. 몇 년 전에 제가 소속돼 있는 공무원 노련 (NTL)의 노조보에서는, 이 유전에서의 노동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유전 노동자 중에서는 외국인의 비율이 꽤나 높은데, 상당수는 폴란드 사람들입니다. 그 중의 다수는 직접 고용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력 업체를 통해 들어오는.. 2021. 11. 26.
세상읽기 – 차별금지법/이대남/바이든/총격살해 무죄? 전지윤 ● 차별금지법 국회 앞 농성에 참가하고서 얼마전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회 앞 차별금지법 제정 농성장 지킴이를 했다. 농성장에서 자면서 24시간을 지키는 분들도 있으니 미안한 마음이고, 앞으로도 기회될 때마다 동참해야겠다. 촛불 이후에 내가 새정부와 국회에 가장 크게 기대한 것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국가보안법의 폐지(관련해 덧붙여 이석기 의원의 석방)였다. 이중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매우 부족한 상태로 제정됐고, 나머지 두 개는 아직도다.(이석기 의원은 8년 넘게 감옥에 있고) 차별금지법(평등법)은 국민의힘 대표, 원내대표, 대선후보 모두 공개적 반대 발언을 했고, 현재 ‘당론으로 반대’다. 대선 경선 토론에서도 이 당의 후보들은 온갖 차별과 혐오, 낙인의 발언을 쏟아냈다. 최종.. 2021. 11. 23.
신자유주의 렌즈를 통해 본 노동력과 사회적 재생산 닐 포크너Neil Faulkner 번역: 두견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뒤를 따라서 사회적 재생산 이론을 더 정교하게 발전시키려는 시도를 담은 글이다. 가치 창출, 노동력 및 사회적 재생산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을 확장하려고 한다. 이 글은 이미 앞서 소개한 같은 필자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혁신을 시도하는 글(https://www.anotherworld.kr/990)에서 이어지는 것이고 상호보완적인 내용이다. 이 글의 필자인 닐 포크너Neil Faulkner는 고고학자, 역사학자, 그리고 러시아 혁명의 민중사, 그리고 의 저자이며 활동가이다. 현재 영국에서 ‘반자본주의 저항’Anti*Capitalist Resistance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좌파 재결집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 2021. 11. 19.
[박노자] "토왜"라는 언설이 불편한 이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아마도 체질이겠죠? 제게는 민족주의란 대단히 불편합니다. 어떤 민족주의이든지 말씀입니다. 좌파 민족주의 같은 경우에는, 왜 민족주의로 기울였는지를 대개는 이해하고도 남지만, 그래도 그 언설들을 접하면 굉장히 불편한 뒷맛이 남습니다. "민족주의" 속에서 좌파성이 희석화되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한 것이죠. 리버럴들의 민족주의는 더더욱더 그렇습니다. 예컨대 일각의 한국 리버럴들은 "토착왜구", "토왜" 같은 언사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2021. 11. 15.